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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집단폐사 막으려면 여의도 1000배 꽃·나무밭 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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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식물원2023-05-19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그린피스·안동대학교, ‘벌의 위기와 보호정책 제안’ 보고서 발표
[환경과조경 신유정 기자] 꿀벌의 집단폐사를 막으려면 벌을 위한 꽃·나무밭을 여의도 면적의 1000배가 넘는 30만㏊ 규모로 확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안동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세계 벌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 ‘벌의 위기와 보호정책 제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2000년대 중반 시작된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은 지금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양봉협회는 지난달 기준 협회 소속 농가 벌통 153만7000여 개 중 약 61%에 해당하는 94만4000여 개에서 꿀벌이 폐사한 것으로 추산했다. 통상 벌통 1개에 꿀벌 1만5000~2만 마리가 사는 것을 고려하면 141억6000~188억8000마리의 꿀벌이 죽은 것이다. 작년 같은 기간 농림축산식품부는 꿀벌 78억 마리가 월동 중 폐사했다고 발표했다. 꿀벌 집단폐사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질병부터 살충제, 기후변화까지 꿀벌 집단폐사 원인을 두고 추정이 분분한데 그린피스와 안동대는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 유럽 10개국에서 벌에 치명적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을 금지한 이후에도 다른 요인들로 인해 집단폐사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꿀벌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200여년 만에 1.09도 오르면서 벌이 동면에서 깨기 전 꽃이 피었다가 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최근 봄꽃 개화일은 과거 1950~2010년대 보다 3~9일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겨울철 온난화와 이상기상현상 증가는 월동기 꿀벌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재작년 10월과 12월 이상기상으로 꿀벌이 제대로 월동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선 꿀벌에게 꽃가루와 꿀 등의 먹이를 주는 ‘밀원’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꿀벌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양봉산업법상 밀원식물은 매실나무와 동백나무 등 목본 25종과 유채와 해바라기 등 초본 15종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밀원은 2020년 기준 14만6000㏊로 1970~80년대 47만8000㏊보다 약 33만㏊ 감소했다. 제주도의 1.8배, 여의도의 1145배 면적의 밀원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의 벌꿀 사육밀도는 1㎢당 21.8봉군으로 미국의 80배에 달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원래도 치열하게 먹이경쟁을 벌여야 했던 한국 꿀벌들이 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밀원을 30만㏊는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꿀벌 한 마리가 태어나는 데는 일반적으로 꿀 300㎎ 이상과 꽃가루 130㎎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1개 벌통에서 사는 꿀벌이 2만 마리 정도이고 이들의 수명은 1.5개월가량으로 ‘연중 벌통에서 태어나는 꿀벌’은 약 15만 마리다. 하지만 국내에서 양봉되는 꿀벌 봉군수는 250만개 이상이다. 250여만개 봉군의 꿀벌들이 소비하는 꿀 절반(7만5000톤)만 자연의 밀원에서 채취한다고 해도 1㏊에 300㎏ 꿀이 나오는 밀원 25만㏊가 필요하다. 양봉되는 벌 말고 야생꿀벌들도 고려하면 안정적인 꿀벌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밀원이 최소 30만㏊는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현재 국내 밀원수림은 15만3381㏊다. 산림청이 올해 계획한 밀원수림 조성 면적은 150㏊로 이 속도로는 30만㏊ 밀원을 확보하는데 최소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린피스와 안동대 연구진은 밀원 확보를 위해 국유림과 공유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생태계서비스직불제’와 비슷한 제도를 만들어 사유림에 밀원을 조성할 경우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생태계서비스직불제는 보호지역이나 생태우수지역 토지 소유자가 ‘인간이 생태계로부터 얻는 모든 혜택’을 유지·증진하는 활동을 하면 국가가 계약을 맺고 혜택을 주는 제도다. 또한 연구진은 밀원수림 조성 시 ‘종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0~1970년대 녹화사업을 진행할 때 땔감으로도 쓸 수 있는 아까시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었는데, 당시 조림된 나무들은 이제 수명을 다한 데다가 그사이 아까시나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현재 분포가 크게 줄었다. 아까시나무 감소는 국내 밀원 면적 감소에 큰 영향을 줬다. 연구진은 “국내 밀원수는 아까시나무에 집중돼있는데 혀가 짧은 재래꿀벌은 아까시나무에서 꿀을 채취하기 어렵다”며 “계절마다 다른 꽃이 연속해서 피도록 밀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를 집필한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밀원식물은 벌 뿐 아니라 천적 곤충들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한다. 단순히 벌을 위한 활동이라기 보다는 식량안보는 물론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의 필수적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벌을 가축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화분매개체 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꿀벌의 집단 폐사는 기후위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기후위기 대응에도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환경과조경 신유정 (yoojung31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