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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유럽 폭설·한파 원인은…열 받은 성층권
유럽 폭설·한파 원인은…열 받은 성층권
관리자2018-03-06

지난달 하순부터 영국·프랑스 등 유럽 곳곳이 폭설과 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봄이 시작될 시기인데,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남프랑스나 이탈리아 로마에도 눈이 쏟아졌다. 도로·항공 등 교통이 마비됐고, 한파로 노숙자 등 최소한 55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럽의 기상전문가들은 이번 추위를 ‘동쪽에서 온 야수(Beast from the east)’라고 부르고 있다. 유럽의 동쪽에 위치한 시베리아에서 불어온 찬바람 탓이라는 것이다. 시베리아 찬바람이 멀리 서쪽 유럽까지 가는 일은 드문 일이다. 기류는 보통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는데, 지구가 거꾸로 돌기라도 한 것일까.

원인은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성층권 돌연 승온(Sudden Stratosphere Warming, SSW)이다. 날씨를 결정하는 대류권보다 더 위쪽 지상 10~50㎞에 위치한 성층권의 온도가 갑작스럽게 평소보다 25 이상 상승한 것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성층권의 제트기류, 즉 북극 지방을 에워싸고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도는 공기 흐름이 느려진다.  느려진 성층권 공기는 낮은 대류권으로 처지게 된다.

일부 기상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커피잔에 비유한다. 잔에 든 커피를 찻숟가락으로 세게 저으면 소용돌이가 생기는데, 가장자리 부분은 커피가 돌면서 높아지고, 반대로 중심 부근은 높이가 낮아진다. 잠시 후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가장자리 높이가 낮아지고 중심으로 몰리게 된다. 성층권 소용돌이 제트기류도 마찬가지다.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성층권의 공기가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성층권의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공기가 내려앉으면 그 아래 대류권에서도 공기의 흐름이 느려지고 공기 정체 현상이 생긴다. 심한 경우 공기 흐름을 정반대로 바꾸기도 한다.
이번의 경우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 부근에 정체 고기압이 자리 잡았다. 움직이지 않고 몇 주 이상 버티는 게 정체 고기압이다. 정체 고기압은 제트기류를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공기 흐름을 막아 버렸다. 대신 동쪽 시베리아의 찬 공기를 유럽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성층권 돌발 승온 현상. 가로축은 시간 경과, 세로축은 기압(고도)을 나타낸다. 노란색과 붉은색을 띤 곳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음을 의미한다. 2월 중순부터 고도 약 15km(기압 200 hPa 지점)보다 높은 성층권의 기온이 평년보다 급상승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성층권 기온은 왜 올랐을까. 이번 겨울 북극에서는 바다 얼음이 적었고, 기온도 예년보다 섭씨 30도가량 높았다. 그린란드 북쪽 끝 기상관측소에서는 지난달 중순부터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날이 10일 이상 이어졌다. 이 에너지가 성층권까지 전달된 셈이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대류권과 성층권은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면서도 “이번처럼 겨울이 끝나는 2월 중순에 성층권 기온이 급상승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 일어난 현상이어서 원인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와 폭설이 어쩌다 한번 나타나는 기상이변일 수도 있지만, 지구온난화와 관련돼 있다면 앞으로 잦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구온난화 재앙의 전주곡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등 인류가 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고,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온도차이, 기압 차이가 줄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극와류가 약해지면서 북극 찬 공기가 중위도 지방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출처 : [중앙일보] 유럽 폭설·한파 원인은…열 받은 성층권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